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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타인의 욕망을 채우는 가장 값싼 소모품

    최근 회사에서 기간이 매우 빠듯하게 주어진 일이 있었다. 전사적으로 중요한 이슈였고,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나는 그 긴급한 일들에 끌려다니며, 중요한 일들을 계속 뒤로 미루고 있었다. 온 정신이 그곳에 집중되어 있었고, 일이 끝난 뒤 찾아오는 피로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서와 글쓰기, 성찰, 관계를 살피는 일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났다.그 과정에서 분명하게 느낀 점이 있다. 긴급한 일은 어떻게든 해낸다는 것이다. 밥 먹는 시간을 줄이거나, 잠을 줄이거나, 시간을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결국 해낸다. 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반면 중요한 일은 다르다. 그것은 긴급한 일이 모두 끝난 뒤, 남은 시간에 맡겨진다. 그래서 여유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당장 하지 ..

    [서평] 곧은 마음의 부재

    나는 그동안 관계 역량을 개선하기 위해 꽤 노력해왔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말을 더 잘 들어주려고 했고, 리액션도 의식적으로 바꿔보았다. 비난을 줄여보기도 했고,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미리 외워가기도 했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칭찬을 낯선 사람에게 건네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을 반복할수록 마음이 고양되기보다는, 오히려 어색함과 피로, 그리고 분명한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곰곰이 돌아보니, 나는 인간관계를 ‘해야 할 일’처럼 다루고 있었다. 인간관계가 인생에서 중요하고, 그로부터 얻는 것이 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움직일 동력이 되는 마음은 부족했다. 이런 방식의 실천은 나에게 피로만 쌓이게 했고, 점점 진심과는 거리가 있는 태도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서평] 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반복하는 것

    AI가 만들어내는 혁신은 우리에게 더 완벽한 선택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 불필요한 과정들을 과감히 지워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함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누군가를 평생의 동반자로 선택하는 일에도 개입할 수 있을까? 완벽한 짝을 찾아주는 기술이 등장한다면, 사랑은 더 쉬워질까. 이미 누군가와 평생을 약속한 사람들은, 그 선택을 다시 의심하게 될까? 하지만 사랑은 완벽한 만남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애초에 완벽한 관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허상을 뒤쫓는다. 우리가 처음에 장점이라 믿었던 상대의 모습도, 시간이 흐르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곤 한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성실함은 어느 순간 이기적인..

    [서평] 보이지 않는 것

    우리는 종종 상대를 이해한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 착각 속에서 매순간 오판한다.우리의 판단은 상대의 중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들로 이루어진다. 말과 표정, 선택처럼 눈에 보이는 조각들. 우리는 그것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규정한다.하지만 그것이 곧 상대의 전부일 수는 없다. 그들 마음 깊은 곳에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층층이 가라앉아 있다. 누구도 그것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심연조차 모두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자주 실수한다. 어제도 옆자리 동료의 깊은 한숨을, 나에 대한 싫증이나 부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호흡 속에 담겨 있던 감정의 깊이는 사실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확정 욕구는 어느새 상..

    [서평] 복도위의 두려움

    나는 복도 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두렵다. 그들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이, 경계로 가득 차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시선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인사를 건넨 이후의 어색함에 대한 걱정.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막연한 부담.하지만 내가 잊고 있었던 것, 어쩌면 알지 못했던 것은 서로의 삶이 잠깐 겹치는 작은 궤적조차 그 경계를 낮추고, 그 공간을 온기로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작은 궤적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잠깐의 눈마주침, 짧은 인사, 옅은 미소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다. 그들의 궤적 위에 나의 궤적을 가볍게 얹는 순간, 경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허물어진다.그리고 공백의 자리에 경계가 아닌 온기를 채울 때, 비로소 관계는 시작된다.

    [서평] 대가 없는 잠시 멈춤

    무엇엔가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인생이다. 현대사회에서 실제로 바쁘게 살고도 있겠지만, 우리는 바쁘지 않은 순간에도 스스로를 분주함으로 몰아붙인다. 회의실을 이동할 때 마주하는 동료와 인사할 여유를 갖지 않고, 목적지에 서둘러 이동하느라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외면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여유대신 스마트폰에 메여있기도 한다. 우리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친절을 유예한다. 그러나 그 목표들이 내 삶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었는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데일 카네기는 지나가다가 마주한 이웃에게, 상대의 멋진 머리숱을 칭찬했던 일화를 공개석상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러다 한 관중이 질문한다. "그 사람에게 뭘 바란 건가요?" 카네기는 그때의 감정을 아래와 같이 토하듯이 말한다...

    [서평] 메추라기를 본 루즈벨트

    한 번은 내 아내가 루스벨트 대통령께 메추라기에 관해 물었다. 메추라기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내에게 대통령께서는 아주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얼마 후 우리 숙소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가 전화를 받았는데, 루스벨트 대통령 본인이셨다. 아내에게 창밖에 메추라기가 있으니, 지금 내다보면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러 전화한 것이었다. 그런 작은 일에서도 그의 인품이 잘 드러났다. 대통령께서는 우리 오두막집을 지날 때마다 우리가 보이지 않더라도 "여어, 애니!, 여어, 제임스!"라고 외치셨다. 잠시 지나가는 길이었음에도 이렇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어떤 직원이 이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인들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인간관계론, p.125 그 바쁜 루즈벨트 대통령도 일상의 풍경에서 ..

    [서평] 듣는다는 착각

    듣는 것에 대한 두 가지 문장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하나는 스티븐 코비의 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이먼 시넥의 말이었다. 둘 다 '듣기' 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읽고 나서 나는 내가 얼마나 자주 듣고 있다고 착각해 왔는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대화를 하면서 나는 늘 바빴다. 말은 상대방이 하고 있는데, 그 순간에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서 상대의 말을 평가하고, 분석했다. 그것에 기반한 나의 말을 생각했고, 내 말을 어떤 타이밍에 던져야 할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상대가 말하는 순간에도 나의 생각을 하다보니,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듣지 않고 일부 문장은 모자이크 처리되는 것처럼 느꼈다. 상대가 주인공인 순간에도, 내가 자꾸만 무대 위로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관점을 바꿨다. '지금 이 사람이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