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만들어내는 혁신은 우리에게 더 완벽한 선택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 불필요한 과정들을 과감히 지워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함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누군가를 평생의 동반자로 선택하는 일에도 개입할 수 있을까? 완벽한 짝을 찾아주는 기술이 등장한다면, 사랑은 더 쉬워질까. 이미 누군가와 평생을 약속한 사람들은, 그 선택을 다시 의심하게 될까?
하지만 사랑은 완벽한 만남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애초에 완벽한 관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허상을 뒤쫓는다.
우리가 처음에 장점이라 믿었던 상대의 모습도, 시간이 흐르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곤 한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성실함은 어느 순간 이기적인 태도로 느껴지기도 하고, 독립적이라 여겼던 성향은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거리감으로 바뀌기도 한다.
완벽해 보이는 관계의 시작은, 그것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본질이 아니다. 사랑의 본질은 인생의 중심을 자신에게서 상대에게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그때 비로소 관계 안에서 사랑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고, 때로는 낯설고 험난하다. 신뢰가 쌓이고, 충분히 가까운 사이가 되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각자가 가진 유전자와 성격, 자라온 환경, 그리고 경험이 모두 다르다. 그 모든 것들이 엮여, 각자는 오랜 시간 서로 겹치지 않는 궤적을 그리며 살아왔다. 그러다 우리는, 어쩌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어떤 사건을 통해 우연히 맞닿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만남으로 시작된 관계에서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어떻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반복하는 것이다. 뜨거운 감정이 지나간 뒤에도 그 사람에게 다시 다가가는 일, 나의 기준으로만 세상을 해석하지 않는 일, 그리고 상대의 고유한 속도와 결을 존중하는 일을 말이다. 그렇게 서로의 시간을 엮어가는 일을 단지 매일 반복하는 것이다.
겹치지 않는 다른 선을 살아오던 두 사람이, 완벽하지는 않은 시간을 서로 나누며 누적시켜 나갈 때 비로소 하나의 궤적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반복은 분명 의미가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던 축이, 조금씩 상대를 향해 기울어지는 과정. 그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고유함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낸 무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위대한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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