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복도 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두렵다. 그들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이, 경계로 가득 차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시선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음.
인사를 건넨 이후의 어색함에 대한 걱정.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막연한 부담.
하지만 내가 잊고 있었던 것, 어쩌면 알지 못했던 것은 서로의 삶이 잠깐 겹치는 작은 궤적조차 그 경계를 낮추고, 그 공간을 온기로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궤적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잠깐의 눈마주침, 짧은 인사, 옅은 미소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다. 그들의 궤적 위에 나의 궤적을 가볍게 얹는 순간, 경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허물어진다.
그리고 공백의 자리에 경계가 아닌 온기를 채울 때, 비로소 관계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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