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종 상대를 이해한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 착각 속에서 매순간 오판한다.
우리의 판단은 상대의 중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들로 이루어진다. 말과 표정, 선택처럼 눈에 보이는 조각들. 우리는 그것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규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상대의 전부일 수는 없다. 그들 마음 깊은 곳에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층층이 가라앉아 있다. 누구도 그것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심연조차 모두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자주 실수한다. 어제도 옆자리 동료의 깊은 한숨을, 나에 대한 싫증이나 부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호흡 속에 담겨 있던 감정의 깊이는 사실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확정 욕구는 어느새 상대를 그렇게 판단하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게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섣불리 채우지 않는 것.
이웃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모를 수 있다는 마음을 남겨두는 것. 짐작보다 기다림을 선택하는 태도가 관계를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별히 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불확실함과 여백을 수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