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원을 낭비하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을던졌을때,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나는 플라스틱 용기는 깨끗하게 씻어서 분리수거함에 배출하며, 페트병은 찌그러뜨려서 정리하고, 폐지는 붙어있는 테이프를 분리해서 재활용하는 곳에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도덕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위들만으로 '자원을 낭비하고 있지 않다'라고 대답해서는 안된다. '낭비' 라는 개념은 굉장히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단순히 하나의 행동만으로 자원을 아껴쓰며 지구를 보살핀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때로는 절약이라고 생각했던 행위도 낭비가 된다. 단순한 예로, 플라스틱을 깨끗히 씻어서 배출하는것은 바람직한 행동이지만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가 많다면 그를 좋은 행위라고 보긴 힘들다. 아무리 재활용을 열심히해도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면 무용지물이다 (물론 안하는것보단 낫다).
우리는 매년 태우거나 재활용으로 처리한 양의 3배가 넘는 플라스틱을 새로 생산한다. 이 수치는 8시간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건물 무게만큼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것은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50%가 지난 30년동안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이 통계에 기여하는 사람중 한명이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받아보는게 익숙해졌다. 당시엔 크게 신경쓰진 않았지만, 상품을 하나하나 받을때마다 산출되는 쓰레기는 엄청났다. 박스, 플라스틱, 발포폴리스티렌 (스티로폼)들은 쌓이기 시작하면 집에서 미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만들어냈다. 당시에는 주문한 상품에만 눈이돌아가 그로인해 발생되는 부산물들은 미처 보지 못했었다. 그것들은 그저 원하는 물건을 얻은후 찾아오는 귀찮음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든지와는 상관없이 쓰레기는 지구에 추가되어왔다.
버뱅크의 재활용 코디네이터 크레이 헴펠은 인터뷰에서 "재활용은 소비에 의한 손상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 라고 말한다. 물론 재활용을 잘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제품을 구성하는 재료, 재품을 만드는데 소비된 전력과 인건비, 제품을 포장하는데 소비되는 발포폴리스티렌과 박스, 그 포장된 제품을 배송하는데 드는 배송차량의 연료와 배송기사의 인건비, 제품을 받아서 다시 분리수거하는 노동력. 만약 물건을 받고나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것이 낭비다. 하나의 매력적인 상품에 이끌려 누른 구매버튼은 이렇게 영향력이 크다. 이런 내용들은 좀더 신중한 소비를 도와준다. 구매하는 물품만이아닌, 그로인해 생기는 자원과 부산물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짧은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적극적 리더십과 말의 축적 (5) | 2023.05.29 |
---|---|
[서평] 작은 손실의 총합 (2) | 2023.05.01 |
[서평] 고통의 비밀 (2) | 2023.03.12 |
[서평] 경청 (0) | 2023.03.01 |
[서평] 기술 도입의 함정 (0) | 2023.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