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겪는 통증을 제대로 이해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통증의 본질을 이해해야 나의 통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며, 타인의 고통을 폄하하지 않을 수 있다.
충격적이게도 통증은 우리 몸의 손상된 정도를 알려주는 기준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착각하며 살아가며, 그 잘못된 논리로 인해 우리는 신체에 이상이 없으면 정신적인 문제라고 판단한다. 나도 육체적인 문제가 없는데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보며 정신적으로 나약하다고 생각해왔다. 안타깝게도 나의 그런 잘못된 판단은 그들에게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것이 되었을 것이다.
'통증'과 '통각'은 다른 현상이다. 통증은 감각 뉴런의 활동만으로는 추론할 수 없다. 통증은 항상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정도로 영향을 받는 개인적인 경험이다. 통증에 대한 판단을 단순히 감각적 요인 하나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특히 상대방의 통증을 판단할때 그렇다. 통증은 개인적인 경험이며, 따라서 통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증이 발생하는 맥락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진정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한다면 생물학적 상처만 바라볼것이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요인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예를들어, 외롭고 소외되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더 아프다. 고립, 굴욕, 위협, 압박, 부당함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은 통증으로 구체화된다. 통증은 우리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기 때문에, 안전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가라앉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들의 몸은 그들에게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있다고 계속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그들의 나약함이 아니다.
우리는 상대의 외적인 상처만 바라보는것이 아니라, 상대가 겪고 있는 사회적이고 추상적인 위협을 바라볼수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때서야 비로소 상대방의 고통을 덜어줄수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사랑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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