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무언가를 털어놓지 못한다. 속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나를 바라볼지 두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나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들을 하지 않아 왔으며, 비밀이 있다면 내 마음밖으로 잘 꺼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 같기도 하다. 두려운 마음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니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어려웠던 것이다.
저자가 설계한 실험에 따르면, 큰 비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동일한 언덕의 경사도 훨씬 가파르다고 추정했다고 한다. 25도의 경사를 무려 40도의 경사로 과대추정했다고 기록되어있다. 15도의 경사 차이가 가늠이 안된다면 헬스장 트레드밀에서 15도 경사를 맞추어두고 걸어보자 (큰 고통이 찾아온다). 사람이 지치면 지칠수록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힘겹고 험악하다고 생각한다는데, 이는 비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겪은 배우자의 죽음(비밀)에 관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횟수가 적은 사람일수록 건강 문제가 확연히 증가한다고 한다. 배우자의 죽음을 자주 말할수록 그 사실을 잊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친구들에게 슬픔을 더 자주 표현한 사람일수록 배우자의 죽음을 덜 생각했고, 건강상 문제도 적었다고 한다.
이 두 연구결과를 읽다보니 아차 싶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나를 바라볼지 두렵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나는 비밀을 누적시켜 왔다. 그간 누적된 비밀로 인해 나는 평지도 가파르다 여기며 걸었겠으며, 나도 모르게 건강이 악화되어 왔을 수도 있겠다. 혼자 비밀을 안고 사는 삶의 대가는 컸다.
책 비밀의 심리학에서는 비밀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려주며, 동시에 어떻게 이러한 비밀들을 잘 다룰수있는지 안내해 준다. 이는 곧 삶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걸어가는 법, 그리고 건강상 문제도 (일부) 해소하는 방법이다. 각 상황과 비밀의 종류에 따라 대처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조언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믿을만한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을 것
저자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할것만 같은 걱정'을 기우(杞憂)라 한다. 200명의 참가자를 조사한 결과,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비밀을 알려준 데 대해 고맙고 기쁘게 생각하며 그 사람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마음을 터놓고 자신을 드러내면 신뢰를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친밀감을 표시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아무한테나 비밀을 털어놓는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동시에 가까운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아야 한다. 그들은 나의 비밀 한 두 가지로 우리에 대한 판단 전체를 바꾸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의 인상은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나는 오랜 기간동안 관계가 틀어질까 눈치를 보며 자신을 숨겨왔다. 나의 한마디 한마디가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의 걱정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책의 연구결과들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들을 말해주고 있다. 어떤 비밀은 서로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기보다 하나로 모은다.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는 동시에, 그 비밀이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비밀을 털어놓는것은 짐을 덜어놓는 것이며, 동시에 긴밀한 유대를 쌓아 올리는 것이었다. 털어놓음으로 덜어낼 수 있는 삶은 또 하나의 큰 변환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이 책에서 여러분이 단 한 가지 교훈만 얻어갈 수 있다면 부디 이 교훈이기를 바란다. 나를 괴롭히는 비밀이 있다면 믿을 만한 사람에게 털어놓는 방법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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