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잘 짜인 농구 팀은 재능이 상호 보완을 이루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며, 건강한 벌통은 가장 다양한 벌들이 공존하는 벌통이라고 한다. 한 가지 분야에만 탁월한 사람들을 모아서 팀을 이루는 것보단,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건강하고 탁월한 조직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시각과 능력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여러 도전에 대하여 더 나은 해결책을 내놓을수 있기 때문이다. 농구팀에서 슛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패스를 잘하는 사람과 상대팀을 훌륭히 마킹할 사람도 있어야 좋은 팀이 성립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보다 탁월한 성과를 낸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두 명씩 묶은 100개 팀을 결성한 다음 가상 미로를 완성하게 했다. 각 팀은 팩맨 Pac-Man 스타일의 쌍둥이 '그리블 greeble'을 터치하면 됐다. 어떤 팀은 같은 유형의 사고자들로 구성됐고, 어떤 팀은 다른 유형의 사고자들로 구성됐다. 미로를 탐색해서 그리블을 터치하려면 공간적 사고가 필요했고, 그리블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려면 사물적 사고가 필요했다.
혼성 팀의 경우엔 시각 공간적 사고자가 조이스틱을 통제하는 경향이 있었고, 사물 시각형 인간은 그리블을 터치하려고 키보드를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혼성 팀이 단일 팀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다양한 업무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실제로 동질적인 팀은 협력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성과가 떨어졌다. 별 도움도 안 되는 대화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기 때문이다. 아무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면서 시간만 질질 끌었던 회의에 참석해 봤다면 그로 인한 좌절감을 잘 알 것이다.
이 연구는 팀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각기 다른 신경학적 강점을지닌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앞에서 논의했듯이 한 유형의 시각적 사고에 능한 사람은 다른 유형의 사고에 능하지 않다는 점도 확인해 준다.
- 비주얼씽킹 p.188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표준화된 기준으로 개인들을 천편일률적으로 평가하며, 다양성을 크게 존중하지 않는다. 표준화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각자 고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의 결과로 우리는 사회를 좀 더 유익하고 풍요롭게 해 줄 기회를 놓치고 있다. 우리는 인적자원 낭비라는 큰 문제에도 불구하고 왜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다양한 사고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자신의 사고만을 들여볼수있고 타인의 생각은 열어볼 수 없으니, 다양한 사고가 존재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세상에는 언어적 사고자와 시각적 사고자가 존재하며, 이 두 부류의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름을 알게 되었다. 각각의 사고자들은 다르게 사고하고 각자 다른 부분에서 탁월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다양성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표준화된 기준을 들이밀며 특정 분야에 탁월한 사람들을 놓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인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책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듯이 개개인은 각자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가 다르다. 우리는 이런 사실들을 올바로 이해하는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각자의 다양성을 '차이'로 인식할 줄 알고 서로 다른 강점을 바라볼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이 필요하다.

공감은 마음의 문제만에 있는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공감하려면 '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이 없다면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고영성 작가님의 말씀이며, 공감에 대한 통찰을 주는 문장이다.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과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공감이 아니다. 고개를 끄덕이기 전에, 상대방이 왜 그러한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수반되어야지만이 진짜 공감이 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적 이해 이후에 비로소 우리는 그 사람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용납할 수 있다. 세상의 여러 사고자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주얼 씽킹'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여줌으로, 타인의 모습과 강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끝으로 우리가 세계 시민으로서 서로 합심해 여러 마음을 활용함으로써 급변하는 세상에서 창조하고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길 바란다. - 비주얼 씽킹 p.17
언젠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동시에 타인의 모습도 그대로 인정할수 있는 세상을 생각해 본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다양한 재능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은 분명 탁월한 팀과 혁신이 탄생하는 곳이라 확신한다. 급변하고 세상 속에서 우리가 가장 필요한 것은 뛰어난 기술을 탐색하는 것보다 사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추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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